본문 바로가기

냉혹한 음악의 세계/[번역] Ishkur's Guide to EDM

[번역] Ishkur의 EDM 가이드 - Detroit Techno (디트로이트 테크노)

728x90

원본) http://music.ishkur.com/#

 

- 본 글에서의 '필자'는 원글 작성자를 의미함

- 원활한 전달을 위해, 일부 불필요한 내용 제거 및 의역 포함되었음 (번역체 -> 자연스러움 목적)


Also

 Classic Techno

Scene / Period

 Techno / 1980년대 중반


 당시로서는 굉장히 기이한 일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좀 사는 중산층의 흑인 젊은이들은 평화롭게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교외지인 벨빌(Belleville)에서 자동차 산업의 수혜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뉴욕 길거리에서 랩 하는 애들보다는 파티에 쓸 여유도 있었고, 패션이나 음악도 유럽의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하였다. 사촌인 일렉트로(Electro)처럼, 디트로이트 테크노 역시 "오레오(백인-흑인-백인)" 루트로 발전했다. 그 지역 흑인 청년들은 (빈곤에 허덕이던 래퍼들과는 정말 다르게) 파티에서 구찌와 아르마니를 몸에 두르고 이탈로 디스코(Italo Disco)하이 에너지(Hi NRG)에 맞춰 춤추고 있었다. 

 랩 씬의 경우에는 필요한 돈을 끌어모으고 약간의 행운까지 따랐던 끝에야 음반을 낼 수 있었고, 이 과정은 거의 10년이 걸렸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의 꼬맹이들은 할렘가와는 사정이 달랐다. 음악이 하고 싶었다면, Electrifying Mojo radio 쇼에서 틀어주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지의 가장 핫 한 곡들을 참고할 수 있었다.

 1989년 3월, 디트로이트 클럽 Brotherhood의 실제 영상이다.

이보다 더 이른 벨빌 파티를 담은 영상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요점은 전해졌을거라 생각한다.

 

 오래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자신만의 유럽풍 일렉트로 디스코를 만들고 싶어 했다. 돈은 문제 될 것이 없었으므로 장비를 샀고, 노브를 돌려대면서 만든 결과물은 A Number of Names - Sharevari였다. 이건 테크노가 아니었다. 이건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Kraftwerk - Home ComputerTelex - Moskow Diskow의 중간 어디쯤이었다. 그러나 이 곡은 (시카고 하우스(Chicago House)의 온기나 개러지(Garage)의 소울과는 달리) 80년대 디트로이트 음악의 기계같은 냉혹함을 가지고 있다. 왜 디트로이트 음악이 항상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게 디트로이트의 특색이었다. 심지어 시카고 하우스의 피아노를 얹어 밝게 만들어보고자 했던  Rhythim is Rhythim - Strings of Life에서조차 뻣뻣한 기계같은 느낌이 난다. 심지어 그 업비트 피아노를 쓰고도.

 

 Cybotron도 있었으나 Planet Rock 이전에는 Kraftwerk의 복제품이었고, 이후에는 좀 더 펑키하고 보컬이 있으며 로봇 팝을 줄인 일렉트로(Electro)의 복제품이었다.

 

 "Techno"라는 단어는 아마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 3물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여러분이 "진짜 완전 초창기에 처음으로 등장한 테크노 트랙"을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1984년의 Cybotron - Techno City을 말할 것이다. Juan Atkins가 다음 해에야 Model 500을 이용해 테크노의 틀을 잡았으나, 이 트랙은 테크노의 중심을 관통하는 테마인 디트로이트의 끔찍한 미래를 포착했다. 이 트랙은 진짜 테크노처럼 들리는 첫 번째 트랙이었고, 장르 이름의 기원이기도 하다. 어떻게 그렇게 주장할 수 있냐고?

 

 만약 여러분이 테크노를 하우스/개러지/트랜스/디스코/신스팝과 Daft Punk의 곡들처럼 반복되는 4-to-the-floor의 장르들을 구분하고 싶다면, 음악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주목해 보아라. 그딴 게 없다. 블렌더와 세탁기의 비교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테크노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공장 단지와 플랜트를 구성하는 기계 같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테크노를 만든 사람들은 음악을 영혼이 없는, 마치 기계처럼 냉혹하고 비인간적이라 무감정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기계에서 영혼을 찾거나 그들의 영혼을 투영하고자 했다. 음악이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이는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다. 왜 테크노를 만들던 모두가 비인간적인 이 음악을 만드려고 했을까? 이건, 인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그리고 여러분을 기계로 바꾸고자 하는 음악의 형태이다.

 

 도수가 높은 술처럼, 테크노는 그 정확성, 완벽성, 단순함, 그리고 비인간성을 이해하고 난 후에야 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만약 여러분들이 감성적인 것들에 지쳤을 때, 테크노를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테크노는 여러분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게 해 줄 테니.

 

 그렇다면 여기서 "테크노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일까? 당연히 이 사람들이다:

음악의 선구자들의 모습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그저 차갑다고만 묘사할 수는 없다. 여전히 기술적으로 발달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낙관이 있으나, 그게 비인간적인 기술에 의해 마비된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디트로이트에서 말하는 미래란, 스타 트랙이 아니라 터미네이터와 같아지는 것이다. 아니면 더 직접적인 예시로 로보캅이 있을 것이다 : 1987년의 액션 영화로, 가혹한 복수를 꿈꾸는 비질란테로부터 미래의 디트로이트를 지키는 미래의 로봇 경찰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는 당연히 디트로이트에 있어야 하는 영웅이다.

 

 그러나 디트로이트가 이런 미래를 꿈꾸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디트로이트는 단 하나의 산업에만 의존한 도시였고, 그 산업이 지난 20세기의 마지막 분기에 서서히 쓰러졌다. 이는 디플레이션이나 해외 산업과의 경쟁 때문이 아니라 자동화 때문이었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산업 현장에서 일하던 50%의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직업을 잃었다. 일자리는 결코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 기계는 우리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줬으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을 빼앗아갔다. 디트로이 테크노는 실시간으로 이 광경을 목격했고, 인간이 쓸모없어진 새로운 신세계에 대한 의문을 표출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음악들 역시 일자리를 죽이는 드럼 머신들과 전자 장비들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자극적이고 신화 같은 기원에도 불구하고,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그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하우스, 개러지, 랩처럼 퍼져나가지 못했다. 그러니까, 1988년에 별 의미 없는 컴필레이션이 해외에서 만들어지기 전 까지는 말이다:

당시에 똥같은 음악이라고 불렸다면, 오늘날 우리는 벨빌 트리오의 똥같은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썩 좋은 컴필레이션은 아니었다. 심지어 당시 디트로이트에서 나오던 테크노의 정확한 모습도 아니었다(하우스에 가까웠지, 테크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컴필레이션은, 영국의 레이브 씬에서 애시드 하우스가 시들해지고 사람들이 새로운 소리를 갈망하던 차에 딱 등장했다. 레이버(raver)들은 지난 한 해간 시카고 하우스만 들어왔고, 이 컴필레이션은 그들에게 새로운 디트로이트 감성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이름, 테크노도 말이다. 이 이름은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이름이었고, 이 영혼 없는 기생충들은 모든 것들에 테크노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냥 모든 것이 테크노였다. 일단 음악은 테크노 음악이라 불렸다. 파티들은 테크노 파티였고, 사람들은 테크노 파티에서 테크노 음악을 들으러 가는 것이 되었다.

 

 이후로 비트가 깔리고 기계를 이용해 만들어진 하우스, 유로댄스, 다운템포, 포스트-디스코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테크노가 되었다. 뉴스, 미디어, 놀이터에서 까지. "둠 둠 둠 둠"거리는 음악은 일단 테크노였고, 전자 음악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그렇게 불리고 있다(그들이 드립으로 EDM이라고 부르거나, 금지된 단어인 '일렉트로니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유럽의 신디사이저 음악을 동경하며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만들던 아이들은 이제 유럽인들의 동경을 받았다. 바다 건너에서 수많은 테크노 하위장르들이 탄생하게 되었고, 디트로이트와는 아무 관계는 없는 다양한 이유로 모두 흥미로운 음악들이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디트로이트의 것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디트로이트와 별 상관없어 보여도), 언제나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

 

 그러나 음악이 아닌 '테크노'라는 단어가 유명해졌을 뿐이었던지라, 디트로이트는 유럽에서 발생한 음악들을 자신들과 관련짓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 이해는 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짜 테크노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일은 전자 음악 빠돌이들의 통과 의례가 되었다. 특히 레이브가 미국에서 포착되면서 장르 나치들이 모든 미스라벨링(mislabelling)에 분노하고 있다. 이제 여러분이 그럴 필요는 없어졌다.

 

 거의 10년 동안 디트로이트는 테크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2000년대가 돼서야 지역 고유의 민속 음악으로 인정하였다. ("일렉트로니카" 시대가 주류에서 벗어난 이후였다.)

이 사진보다 디트로이트의 자부심과 고뇌를 더 잘 포착하는 것은 없다.

 이제 반환의 시간이 왔다. 디트로이트는 디트로이트 역사박물관(Motown 전시장 바로 옆)의 전시회에서 거대한 음악 축제를 열고 있으며, 심지어 자동차 회사들도 그들의 특별한 유산을 기념하고 있다.

 

이 광고가 효과가 있었다는 증거 : 필자는 이 광고만 보고 Ford Focus를 구매하려 한 적이 있었음

(Model 500 - No UFO's)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테크노는 다시 한번 디트로이트의 화신이 되었다.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여전히 우리 도처에 있다. 오늘날 디트로이트 테크노로 간주되는 음악이 원래의 디트로이트 테크노와 동떨어지더라도, 이렇게 중요한 장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진짜 디트로이트를 판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라면 : "디트로이트 출신이 만들었는가?"

 만약 yes라면, (미니멀 테크노 덥 테크노가 아닌 이상) 그건 디트로이트 테크노이다.

 


장르의 계보)

 Detroit Techno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