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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음악의 세계/[음악] 냉혹한 EDM의 역사

[EDM] #05. 크라우트록(Krautrock)과 인더스트리얼, 나아가 EBM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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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945년으로 돌아가보자.
 
이상한 콧수염을 단 미치광이가 일으킨 전쟁의 대가는 참혹했고,
독일의 도시를 받쳐주던 기반 시설들은 모두 잿더미가 되었으며,
패전국이었던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나누어져서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만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초토화되었던 1945년은,
독일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로는 영년(Zero year)과도 같았다.


[ 크라우트록 / Krautrock ]

<a.k.a>
Kosmische musik, cosmic music, Electronishe musik
 
<Period>
1960년대 후반~
 
크라우트록(Krautrock)은 1960년대 후반 즈음에 독일에서 등장한 실험적인 음악 장르였다.
크라우트록의 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독일의 상황을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두를 위해, 여기서 필요한 1900년대 초중반 독일의 역사를 단 세 줄 만으로 요약해보겠다.
 
1. 과거 독일 제국은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엄청난 위약금을 물게 되었다.
2. 얼마 지나지 않아, 콧수염 단 히틀러가 나타나서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3. 그런 낙지는 연합군이 초토화시켰으니 안심하라구!
 
뭐 중간에 있었던 자동차 산업이나, 맥주집 폭동이나, 살인적인 인플레나,
홀로코스트나, 전쟁 이후 강대국들의 동/서독 분할 통치는 다른 곳에서 다루시기 바란다.
 
아무튼, 그렇게 독일은 모든 것이 초토화된 백지 상태였다.
독일인들은 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자신들의 과오를 물려주고싶어하지 않았고,
과거 프로이센 제국 및 나치 독일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하였다.
 
특히 나치 당에서 한 자리 차지하던 양반이 서독의 장관 자리에 임명되자,
서독에서는 의식있는 학생과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영어가 되는 한도 내에서 Außerparlamentarische Opposition를 참고하시오.
(사실 나도 다 안봤다)

대충 당시(1968년) 서독에서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나타낸 것

아무튼 이처럼 당시 독일의 젊은 세대는 과거의 낡고 부끄러운 전통으로부터,
그리고 당시 독일을 지배하던 미국 아메리끼 팝송 문화로부터 벗어나 미래를 내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당시 그렇게 시도되었던 실험적인 록 음악 등을 통틀어서 크라우트록이라 한다.
 
사실, 크라우트록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김치록'과 같이 비꼼이 느껴지는 단어이다.
따라서 초기의 독일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음악을 그리 부르는 것을 싫어했지만,
뭐 그렇게 부르는 놈들이 워낙 많기도 했고 딱히 대체할 단어도 없었는지 그대로 고착되었다.

물론, 오늘날에는 경멸적인 의미는 없다 - 반대로, 존경의 의미까지 담겨져있지 않을까.


추가로, 초기 신디사이저를 사용하여 넓은 공간감을 가지던 음악들을 Kosmische musik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때문인지 앰비언트(Ambient)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후에는
종종 크라우트록이 앰비언트로 포장되기도 하였다는 것 같다.
 
우선은 실험적인 록 음악(Experimental rock)이라고 소개는 했지만,
실제로는 굳이 록 음악일 필요는 없었다(그러지 않았다면 여기서 안다뤘겠지).
따라서 전자 음악의 역사에서 거론되는 크라우트록은 보통 초기 신디사이저 등을 이용하던 사례가 중심이 되며,
여기에는 테이프 에디팅(Tape editing)등의 새로운 기법이 추가된 경우도 더러 있었다.
70~80년대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크라우트록에 영감을 받으며 여러 장르들을 파생시켰다.
 
그러고보니, 독일과 초기 신디사이저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 그룹이 있다.

- Kraftwerk -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는 1970년 결성된 독일의 전자 음악 밴드로,
오늘날 수 많은 장르들의 탄생에 큰 기여를 한 음악 그룹이다.

빨강...검정...하양.... 이 색 배합은..!

사전적인 의미로, Kraft는 어떤 힘(power), Werk는 제조, 생산, 작품이란 뜻이 있으며,

둘을 합한 Kraftwerk는 발전소라는 뜻을 갖는다.

정말 EDM 씬이 굴러갈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이었을까,

더 이상의 설명은 그들의 업적을 읊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 그들은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쓸만했던 드럼 머신이 시중에 풀리기 전부터 자체적인 드럼 패드(?)를 만들어 사용했다.
 
- 1977의 곡, Trans Europe Express일렉트로(Electro) 장르의 시초인
Afrika bambaataa - Planet Rock (1982)에 큰 영향을 주었다.
 
- 1978년에는 자신들의 로봇을 내세워서 라이브를 진행했다.
 
- 디트로이트 테크노(Techno) = 초기 테크노의 선구자 벨빌 3인방은

크라프트베르크의 곡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하였다.
 
- 그들이 스스로 'Robot pop'이라 부르던 스타일은, 오늘날 테크노팝(Techno pop)으로도 불리며,
신스팝(Synthpop)에 큰 영향을 주었다.


- 그래미 상을 세 번 수상했다.


- 2009년에는 아나운서를 로봇과 인터뷰시켰다.
 
여담으로, 뒤에 나올 EBM(electronic Body Music)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Kraftwerk의 Ralf Hütter였다.
 
크라프트베르크가 워낙에 유명해서 그렇지,
실제로 크라우트록으로 간주되는 음악을 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히려 크라우트록으로 더 유명한 그룹은 Can이나 Neu!이다.
(Neu!는 Kraftwerk에서 나온 멤버가 참여한 그룹이기도 하다)

Can의 음악은 위 테이프 에디팅에 첨부했으니 참고 바람.

아무튼, 크라우트록은 앞으로 여러 차례 등장할 이름이다.
특히 뒤에 나올 포스트-펑크, 인더스트리얼 씬에서.


[ 인더스트리얼 / Industrial ]

<a.k.a>
-
 
<Period>
1970년대 초~
 
 
인더스트리얼(Industrial)은 1970년대 후반, 영국의 Counter-culture로 시작되었으며,
어떤 하나의 음악 장르를 콕 집어내기보다는 여러 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씬의 개념이다.

이 장르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Noise / Electronic devices / Non-musical instrument가 되겠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장르는 록과 뉴에이지, 전자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발전한 형태로,
당시의 실험적인 기법들과 노이즈, 경우에 따라서는 악기가 아닌 도구들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거칠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이고 기계적인 소리를 표방한다.

fgfc820 - Doctrine

극단적으로 고립적인 노선을 걷고자 하는 음악 장르가 아니라면
(크라우트록은 극단적으로 고립적인 노선을 걸었었다)
동시대의 다른 음악들의 스타일이나 유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이 시기 전자 음악들 역시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인더스트리얼 씬의 경우, "뉴 웨이브(New wave)"의 등장에서부터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음악을 원한다면 이전 글의 실험 음악을 참고하자.
 
참고로 여기는 록/펑크의 영역이므로, 필자도 자세하게는 모른다.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 바라며, 그냥 이런게 있구나~ 하면서 넘어가셔도 될 것 같다.


[ 뉴웨이브 / New wave ]

<a.k.a>
-
 
<Period>
1977~
 
뉴 웨이브(New Wave) 씬은 주류 펑크(Punk)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등장한 장르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뉴웨이브는 1977년 무렵에 시작되어, 이후 수 년간 "~웨이브"라는 이름이 붙은 장르들과
"얼터너티브 ~"라는 이름의 후속장르들을 생산(?)해낸다.
추측하건데, 이 당시 값싼 신디사이저들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펑크 록의 "DIY(Do it yourself, 꼬우면 너가 해라)" 정신이 맞물린게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대충 New wave of music을 AI에게 그리게 한 결과물

물론 전자 음악을 다루는데 이거 전부 볼 수는 없고.
여기서는 그나마 전자적이었던 몇몇 장르들만 살펴보도록 하자.


전자 음악과는 크게 관련은 없기에 다루지는 않겠지만,

이하의 장르들과 관련된 Goth Subculture(고스 서브컬쳐)라는 것이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Goth subculture 항목을 참고하기 바란다. 
 

- 콜드 웨이브(Cold wave), 다크 웨이브(Dark wave), Ethereal Wave -

대충 차가운 음악이라는 뜻. 블로그 배경화면이기도 하다.

콜드 웨이브(Cold wave)는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펑크의 한 종류이다.
주로 신디사이저에 의존한 공간감과 미니멀리즘을 표방한 장르로,
여기서 '차가운' 느낌이 과도해져서 '우울한' 느낌으로까지 분위기가 다운된 것이 다크웨이브(Dark wave)이다.
그리고 여기서 보다 공간감이 강조되고 드럼이 최소화되는 장르를 Ethereal Wave라 한다.
(이건 뭐라고 번역해야지? 솔직히 진짜 모르겠다)
 
이 셋은 펑크에서 신디사이저를 차용하고, 점점 공간감을 강조하며 발전하였다.
무엇보다 보컬과 밴드의 입술 색깔에서부터 눅눅하게 젖은 느낌이 드는 장르들이라고 볼 수 있다.

갑자기 궁금해진건데 검은 입술은 뭘 발라서 만드는걸까?

- 미니멀 웨이브 (Minimal Wave), 미니멀 신스 (Minimal Synth) -

 
이 부분을 작성하면서 참고한 RYM에 따르면 이 용어는 "Retrospective term", 그러니까
당시에는 그렇게 부르는 사람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묶어도 좋을 것 같아서 묶이는 느낌이다.

대충 웨이브를 최소화했다는 느낌. 이렇게 보여도 나름 '현대 예술의 거장' 중 한명인 Sui-Ris가 그려서 무려 16억에 거래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림이다. 물론 내가 그림 ㅇㅇ

단순히 위의 세 장르들과 신스팝 중에서 더욱 미니멀해진 형태를 미니멀 웨이브,
그 중에서도 더욱 신디사이저가 주가 되는 형태를 미니멀 신스로 분류하고 있다.
 

신디사이저가 얼마나 사용되어야 "더욱" 주가 되는 형태냐구요?

그러니까 당시에 구분을 안했지.


 

- 노 웨이브 (No Wave) -

 
노 웨이브(No wave)는 1970년대 후반, 뉴욕에서 등장한 형태이다.

대충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 역시 직접 그림 ㅇㅇ

한 가지 재밌는 점이라면, 노 웨이브는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주류 뉴웨이브 음악들에 대해
반발한 음악가들에 의해 개척되었다는 점이다.
펑크 록이 주류 음악(디스코, 헤비메탈 등등)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였고,
디스코가 백인 로큰롤 위주의 주류 문화에 반대하여 생겨난 장르임을 고려해본다면,

이 장르는 반대의 반대의 반대에 해당하는 음악이다.
인류의 반대 심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엿볼 수 있겠다.
 
아무튼, 노 웨이브는 일반적인 펑크 록이나 로큰롤의 클리셰를 거부하고 '실험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들은 본래는 펑크에 잘 포함되지 않았던 장르들(재즈, 디스코 등)을 이용하되,
여전히 공격적이고 거친 소리를 나타내었다.
 
 

- 신스 펑크(Synth Punk) -

신스 펑크는 노 웨이브와 크라우트록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장르로,
곡에서 멜로디를 담당하는 파트를 신디사이저로 바꾸려 시도했던 장르이다.
 
때때로는 드럼 대신 드럼머신을 사용하거나, 키보드나 베이스, 심지어는 일렉 기타 대신
신디사이저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아니 근데 기타 없으면 이걸 록이라 할 수가 있나?
 
그리고 이 모든 장르들과 영향을 주고 받았던 장르가 바로 신스팝(Synthpop)이다.


[ 신스팝 / Synthpop ]

<a.k.a>
Synthesizer pop, Techno-pop, Dancepop
 
<Period>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신스팝(Synthpop)은 이 당시 만들어졌던, 신디사이저가 중심이 되었던 모든 팝 음악들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팝'이라면 당시의 유행이었던 펑크 및 뉴웨이브라고 보시면 된다.
 
신스팝은 다른 뉴웨이브의 장르들, 즉 록(펑크)으로부터 발전한 장르이다.
추가로 당시의 디스코, 크라우트록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자료를 뒤지다보면 대충 70년대 즈음에 전자 악기를 사용하던 모든 장르들은
일단 크라우트록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품질 인증마크처럼 달라붙는다.

A-HA Take On Me 1984 Version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가 바로 여기서 나온것이다.

신스팝은 다른 음악 장르들처럼 특색있는 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구조가 독특한 것도 아니다.
(당시에도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록 음악이면 신스팝으로 취급당하고는 하였다)
그나마 다른 뉴웨이브 음악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아마 시장성이 아닐까 싶다.
 
신스팝은 모든게 적당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우울하지도 않고, 너무 미니멀하지도 않았으며,
가사 또한 사회에 지나치게 불만이 많거나 냉소적이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게 적당하고 많은 사람한테 팔아먹을 수 있는, 진정으로 '파퓰러'한 음악이다.
 
또한, 신스팝은 전자 악기가 곡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위에서 다른 초기 전자 악기들이 공간감이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면,
신스팝에서는 신디사이저와 드럼 머신이 보다 곡에 전면적으로 등장한다.

멜로디나, 장식음 등등...


즉, 뉴 웨이브의 다른 장르들이 신디사이저 및 드럼머신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였다면,
신스팝에서는 사실상 이들이 필수 요소였다.
 
마지막으로, 신스팝은 1970년대 후반~80년대 특유의 소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보통 적당한 시기가 지나면 수 십년 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곡들이 나오고는 하는데,
뉴웨이브/신스팝 역시 이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스팝을 모방하려던 시도는 2000년대 들어 있었는데, 이를 신스웨이브(Synthwave)라 부른다.
Wave가 붙었다고 뉴 웨이브에 포함되는 장르가 아님을 유의하자.
어찌보면 네이밍 센스는 정말 잘 재현?한것 같기도 하¿다


[ EBM / Electronic Body Music ]

<a.k.a>
Electro-Industrial, Techno-Industrial, Industrial Dance, Body Music
 
<Period>
1980년대 초반~
 

(EDM과 EBM은 글자 하나 차이이므로, 5%정도만 더 집중해주시기 바란다.)

EBM은 Electronic Body Music의 축약어로,
인더스트리얼, 뉴 웨이브, 디스코 등의 전자 음악, 그리고 당연하게도 크라우트록의 영향을 받았다.

간혹, Electro-industrial, Industrial rock와 같이

초기 인더스트리얼 음악에서 파생되었다는 의미로 post-industrial라고 불리기도 한다.

 

 EBM은 그 이름과 같이, 정말 Electronic한 것들이 음악의 Body를 이루고 있다.

만약 전자 음악의 역사를 고대-고전-중세... 따위로 나눌 수 있다면, 대충 고전 시대 말의 음악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OLD SCHOOL EBM MIX #1 by EBM Bier

잠시 아무 부분이나 들어보자.

우선, 오늘날의 음악에서는 들리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드럼 소리가 들린다.

(저 스네어의 열화된 소리는 DAW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스네어 샘플을 믹싱 없이 그대로 쓴 느낌이다.

아마 FL이든 Ableton이든 Cubase든 써본 사람이라면 대충 뭔 느낌인지 알 것이다)

 

그리고 누가 인더스트리얼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까봐, 상당히 거칠고 투박한 느낌도 든다.

한 곡에서 등장하는 악기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고 (효과음 빼고 5개를 잘 안넘어간다),

이 악기로는 반복되는 몇 개의 패턴만을 만든 다음 약간의 변주만 주며 계속 써먹고 있다.

 이것이 바로 EDM의 근본적인 특징이자, EBM에서도 나타는 초기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의 특징이다.

 

 

사실, 이러한 특징들은 오늘날의  소위 '상업적인' 음악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일반적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소들이 필요하다.

 

- 수 많은 악기들의 레이어링 -

당연히 그러려면 DAW를 돌리는 하드웨어의 성능도 좋아야한다.

요즘도 이펙터 잘못 때려박으면 CPU가 비명을 지르는지라, 렌더링 이전에는 성능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 온갖 플러그인과 이펙터, VST, 라이브러리 -

특히 Kontakt같은 일부 악기의 샘플 라이브러리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그래도 요즘은 Vital (Serum과 비슷)같은 무료 플러그인도 많이 배포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 돈을 쓸어담는 것으로 알려진 "머니 코드" -

어지간히 튀는 코드 진행이 아니라면야 코드 진행이 겹치는 것 자체는 표절이 아니다.

다만 얼마 전 문제되었던 표절 논란의 경우에는 멜로디마저 흡사한 경우였지만.

 

- 하모니와 스케일 등의 이론적인 부분 -

그렇게 하모니와 스케일에 목숨을 걸면서도 가끔씩은 의도적으로 '기분 좋은' 불쾌함(텐션 노트)도 추가해야한다.

 

- OTT -

대충 2020년대의 음악 제작 과정

한 번 써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OTT의 늪.

제일 중요한 요소(?)이다.

 

게다가 끝없이 반복되는 동일한 패턴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겨움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애초에 곡의 구조가 반복되는데, 여기에 곡의 대부분이 마디 단위로 반복된다면

곡이 구조, 악절, 마디 단위의 반복으로 만들어지는 대환장 파티가 시작될 것이 뻔하다.

 

EBM의 또 한가지 특징적인 부분은, 보컬과 가사이다.

 

보컬의 특징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냥 아무 EBM이나 잡고 들어봐도, 가사는 모르겠지만 되게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느낌이 들테니까.

이걸 굳이 말로 풀어 설명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놓고 하긴 다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EBM의 가사까지 잘 들리지는 않을텐데,

그야 이 음악이 주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벨기에는 유럽 EBM을 발전시킨 장르의 1번가이자, 후술할 뉴비트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위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Provocative(도발적인)"한 내용들을 담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곡의 경우에는 사회주의, 파시즘, 군국주의를 표방한 가사 때문에 당시에도 여러 의미로 논란이 되고는 했었다.

곡의 분위기부터가 거칠고 어두운데, 여기다가 가사마저 밀리터리즘이 느껴진다?

/논란 항목이 생기기 딱 좋은 구조이긴 하다.

 

- 리벳헤드(Rivethead) -

말이 나온 김에, EBM과 떨어뜨릴 수 없는 "리벳헤드 컬쳐(Rivethead culture)"를 빼놓을 수 없겠다.

 

본래 인더스트리얼 댄스 음악(Industrial Dance Music, 약칭 IDM) 씬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나

이를 좋아라고 죽는 사람들을 Industrialist라고 불렀다.

듀얼 하는 놈들 -> Dualist

인더스트리얼 하는 놈들 -> Industrialist

 

그런데 이들보다는 조금 후세대이자, EBM이 본격적인 인기를 누리던 1990년대에 등장한 

보다 Young하고 MZ한(정확하게는 그놈의 MZ세대가 태어나던 해에 이미 성인이었던) 세대를 Rivethead라고 부른다.

리벳헤드는 자동차 조립 공장이나 제철소 등의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 단어는 1993년 인더스트리얼 컴필레이션인 <Rivethead culture>의 등장 이후,

이 문화를 추종(?)하던 세력들을 일컫는데도 사용되었다.

어...그러니까 대충 왼쪽이 오른쪽이 됐다는거죠?

물론, 그냥 인더스트리얼 음악을 듣는다고 리벳헤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벳헤드가 되기 위해서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 다시말해

밀리터리룩(가죽 장화, 체인 등...)이나 펑크, 그리고 사X버X크 시리즈나 매X맥X에 나와도 안어색할 정도의

패션 스타일이 필요했다 << 필수 사항이니, 반박은 받지 않는다.

보다 자세한 패션 지침 가이드라인(?)은 만국 공통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등록되어있으니,

혹시 "서울 2호선 매드맥스남"의 타이틀로 페북에 떠보고 싶다면 여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 뉴비트 / New beat ]

<a.k.a>
Death Disco, Dark Disco, Nu Disco, Slo-beat, Slow Techno
 
<Period>
1986년 ~ 90년대 초반
 

어떤 음악 장르는 서서히 발전되는 형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하나의 곡"으로부터 장르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장르이다.

 

시작하기 전에, 혹시

"RPM하면 하드디스크나 자동차 계기판에 그거랑 수학 문제집밖에 모르겠어요;;"

...하시는 분이라면 글 하단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EDM과 관련된 교과서가 있다면, 아마 뉴비트를 설명하는 단락은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

 

이런 곡이 있었는데요

A Splite-Second - Flesh (1987)

얘를 이렇게 재생했더니

 

A Split Second - Flesh (33RPM + 8 pitch)

장르가 되었어요.

 

너무 무성의하니 조금 더 첨언하겠다.

(그래도 무성의해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

 

 1986년, 벨기에 Antwerp에 소재한 Ancienne belgique 클럽.

이 클럽의 DJ였던 Fat Ronnie는.

"정말 실수로"

당시 유행중이던 EBM 트랙을 느리게 재생해버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이 킥의 묵직함이 막 심장을 조여오는대??

이거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대???

그러면... 아시죠?

 

사실 이렇게 느리게 음악을 재생하는 일련의 퍼포먼스(?)는, 이 때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본래 1970년대부터, 벨기에에는 소위 Popcorn music이라는, 팝콘뜬는 음악이 있었다.

네. 이 팝콘이에요!

물론 그냥 뜯는건 아니고.

 

DJ가 45RPM LP에 녹음된 소울이나 스카(ska, 레게 음악의 분파)를

33RPM으로 73.333...% "느리게" 재생하는 것을 들으며 맥주와 함께 뜯는 것이다.

나중에 일부 DJ들은 피치를 8만큼 늘리는 식으로 늘어진 음역대를 보정하기도 했지만,

뭐 어찌되었든 본질적으로 "기존의 음악을 느리게 재생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과 그 감성이

이 음악 문화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진짜 팝콘 뜯으면서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할까봐 노파심에서 붙이는 말인데,

이 음악 씬의 이름이 팝콘인 이유는 시작된 장소의 이름이 popcorn이었기 때문이다.

팝콘이 맛있는건 부정하지 않겠지만서도.

 

아무튼 이 기법은 벨기에 곳곳의 클럽, 나중에는 해외에도 간간히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Ancienne belgique도 그 중 한 곳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스타일, 즉 New beat가 갑작스러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당시 유행했던 EBM을 느리게 재생하기 시작한다.

이것도 기술적으로 막 어려운것은 또 아닌 것이,

그냥 45rpm으로 돌리라고 만든 디스크를 33rpm으로 재생하기만 하면 되는거였으니 뭐.

 

나중에는 스튜디오에서 비슷한 느낌의 곡을 직접 만들기는 했지만,

초창기 대부분의 뉴비트는 기존 EBM이나 EBM 비스무리 한 곡들의 템포를 느리게 튼 곡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렇게 느려진 EBM은 대충 120bpm정도의 속도를 갖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이게 또 당시에 유행하던 애시드 하우스(Acid house)나 테크노(Techno)랑 템포가 비슷하네?

비슷하면... 스까야겠지?

 

뉴비트는 당시 유행하던 애시드 하우스나 테크노, 혹은 둘을 합한 애시드 테크노와 결합하여

하드코어 테크노의 발전에 영향을 준다.

확실히 벨기에가 뭔가 있긴 하다.

 

여담으로, 보다 클래식한 EBM에 가까운 스타일을 Hardbeat,

테크노와 레이브(Rave)에 가까운 스타일을 Skizzo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는 너무 매니악한 구분같으므로 굳이 더 적지는 않겠다.

분량도 슬슬 걱정되기도 하고.


인더스트리얼은 비록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법한 요소들로 가득찬 실험적인 씬이었으나,

이런 매니악한 속성이 EDM 씬에 미친 영향이 크다.

물론 EBM을 제외한 인더스트리얼 씬은 전자 음악보다는 락, 펑크와 같은 비주류 반향 음악으로 치우쳐져있으므로,

굳이 더 복잡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최근 여러 일로 바빠서, 앞부분 써놓고 업로드를 못했습니다. 시간 되면 천천히 쓸 예정 *


RPM

예전, 비닐 레코드(레코드판)를 통해 음악이 유통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RPM은 Round per min의 약자로, 즉 분당 몇 회 회전할 것인지를 의미한다.

기계의 엔진이나, 하드디스크 플래터의 회전 속도를 나타낼 때 쓰는 것과 같은 단위이다.

다만 기계의 경우에는 분당 수백 RPM이 기본인 반면,

레코드 판의 경우에는 빨라봤자 78RPM, 보통 45 혹은 33 1/3 RPM으로 만들어졌다.

초창기 토마스 에디슨이 만들었을 당시,

80RPM 이상의 속도에서는 녹음이고 재생이고 원활히 안됐다나 뭐라나.

 

여담으로, 33 1/3 RPM은 편의상 33 RPM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약 여러분이 턴테이블을 사고 33RPM 모드로 레코드판을 재생하면,

RPM은 아마 33.333..이 찍힐 것이다. 이 점에 주의.

대충 규격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보통 12인치는 45RPM, 7인치는 33RPM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중요한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냥 긴 음악을 안전하게 담고 싶으면 12인치 레코드판에다가 33RPM으로 녹음하면 되는것이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7인치짜리 레코드 판에다가 45RPM 속도로 녹음한다고 해서

연방법 위반이 어쩌고 하면서 기관에서 잡아가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 레코드판을 재생하는 턴테이블의 구조 상,

일단 "33RPM으로 재생 '해줘' "라고 설정하면, 들어온 레코드판이 33이건 78이건 45건

54653168465이건 그냥 그 33.33333....RPM으로 재생해버렸으니,

팝콘 씬이나 뉴비트의 탄생은 정말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했던 자료들)
Kraftwerk (discogs)
[번역] Ishkur의 EDM 가이드 - Krautrock (크라우트록)
krautrock (wiki)
크라프트베르크 (나무위키)
Industrial music(wiki)
펑크 록 (위키)
Synthwave (wiki)
Synthpop (RYM)
EBM (wiki)
RYM Ultimate Box Set > EBM (Disc 2)
Rivethead (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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