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서의 '필자'는 원글 작성자를 의미함
- 원활한 전달을 위해, 일부 불필요한 내용 제거 및 의역 포함되었음 (번역체 -> 자연스러움 목적)
Also
PSG, Programmable Sound Generator, 8-Bit, VGM, NES, C64, Atari, Colecovision, Intellivision, MSX, Vectrex, Gameboy, Sega Master System, PC Speaker, Turbografx 16
Scene / Period
Chiptune / 1970년대 후반
칩튠(Chiptune)은 컴퓨터 칩(회로)으로 만들어진 음악이다. 특히 프로그래밍 가능한 사운드 생성기(Programmable Sound Generator, PSG)를 사용한 경우이다.
기술적으로 모든 전자 음악은 컴퓨터 회로들로 만들어지겠지만, 칩튠에서는 그 음악이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이 전자 음악의 특색보다 중시된다. 많은 장르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칩튠만큼 진심이진 않다. 턴테이블리즘(Turntablism) 정도면 모를까.
특히, 칩튠은 특정한 PSG 칩들을 숭배하며, 그 한계와 파라미터에 상당히 의존한다. 이것이 칩튠이라는 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며, 이 장르의 음악을 만드는 올바른 방법이다. 칩튠 장르(와 그 하위 장르와 그 마이크로 장르들)는 진짜 칩튠(PSG, FM, Amiga/Tracker)과 진짜 칩튠이 아닌 것들(Fakebit, Plus, 그리고 Amiga/Tracker...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을 구분하는 것에 집착한다.
그래서 PSG 칩이 어떻게 생겼냐면, 대충 이렇게 생겼다:
필자는 여기서 저 작은 칩이 어떻게 소리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길고 전문적이고 지루한 지식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70~80년대 당시, 디지털 오디오가 메모리에 직접 저장되기에는 그 용량이 너무 컸던 점, 심지어 당시의 CPU가 이걸 재생하기조차도 벅찼다는 점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는 똑똑하지만, 사회적으로 잘 작동하지는 않았다. 비지칼크(Visicalc)로 여러분의 세금 내역정도는 충분히 계산할 수 있겠지만,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Allegro Non Troppo in B플랫 단조 Op.23를 PC 스피커로 재생하고자 한다면 상당히 엿같이 들려줄 것이다(필자가 장난치는 것 처럼 들리겠지만,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이다. 모든 무브먼트에 걸쳐 음표를 하나 하나 GW-Basic 기반으로 돌려봤는데, 그냥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해결법은 PSG ROM 칩을 마더보드에 장착하는 것이었다. 보드에 장착된 소리 재생 장치는 용량 문제를 해결하고, CPU의 부담을 덜어주어 컴퓨터가 다른 일 - 예컨대 매트릭스 세계를 구현하거나, 사라 코너를 찾는 일 등에 사용할 메모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칩은 실제 소리를 저장하고 있었다. 카트리지, 디스크, 프로그램, 게임은 칩에게 어떤 소리를 어떻게 재생할 지를 지시하는 정보만 담고 있으면 됐다. 마치 음악 악보나 피아노 롤과 비슷한 느낌이다.
수백 종류의 칩들과 제조사들이 (이제는 잊혀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디바이스, 시스템, 콘솔, 포멧들을 만들었고, 각각의 기기들은 모두 다른 소리를 저장하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기계 당 하나의 장르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칩튠은 선택받은 일부만을 고려하며, 모두 유명한 게임 콘솔들(코모도어64, 닌텐도, 세가, coin-op 아케이드 게임)에서 사용된 종류들이다. 따라서 칩튠에는 모든 칩들에 매칭되는 장르가 필요 없지만, 사실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칩은 자신만의 고유한 한계를 안고 있었으며, 여기서 모두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그러나 필자는 두 개의 예시를 통해 칩의 한계가 어떻게 칩튠의 미학을 완성시키는지 다루어보고자 한다. 모두의 선배 격인 닌텐도 시스템부터 시작해보자.
시작에 앞서, 필자는 오늘날의 사람들이 1980년대의 그 닌텐도가 만연한 모습을 진정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닌텐도는 그냥 비디오 게임 시스템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자 문화였다. 우리는 그저 닌텐도를 플레이 한 것이 아니라, 닌텐도 시리얼을 먹고 닌텐도 파자마를 입고 자고 《캡틴 N : 더 게임 마스터 시리즈》를 토요일 아침마다 챙겨 본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닌텐도 얘기만 했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었으므로, 어려운 게임의 팁, 공략, 비밀, 오류, 맵 따위 정보들은 친구나 닌텐도 파워 매거진 등에 의존해야만 했다. 어쩌다가 한 번 클리어하면, 우리는 곧장 VCR을 켜서 "닌텐도 엔딩"을 VHS 카세트로 녹음해서 친구들한테 증명하기도 했다.
닌텐도는 80년대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당시에는 《아보보의 대모험》을 같이 플레이하는 것 처럼 친해지기 쉬운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필자가 하고싶은 말은, 필자가 절대로 게임에 이 정도로 빠져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멜로디 중 일부는 닌텐도 게임에서 나온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테마를 온갖 가능한 방법으로 연주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널려있다. 아마도 인간의 귀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시간 측면에서, 코지 콘도(Koji Kondo)를 능가하는 작곡가는 전세계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씹덕스러운 시간이다.
NES는 리코2A03 마이크로 프로세서에서 공간 절약을 위해, 그리고 아마 비용을 줄이기 위해 CPU이자 사운드 칩으로 사용되었다. 전에 사용되던 PAL과 패미컴 버전들에서는 조금 다른 소리들을 사용했지만, NES 칩튠은 같은 5-채널이라는 한계점을 준수한다. 두 개의 펄스 웨이브 채널과 하나의 트라이앵글 웨이브 채널, 하나의 화이트 노이즈, 델타 펄스 코드 모듈레이션(Delta Pulse Code Modulation, DPCM)이나 그냥 PCM 채널이 그것이다. 그림으로 나타내자면 :
처음의 두 채널들은 같은 펄스 웨이브 채널로, 멜로디/하모니/기초적인 코드에 사용되었고, 각각의 채널은 음색이 다른 네 개의 펄스 신호들(Pulse-width 12.5%, 25%, 50% 75%이긴 한데, 25%와 75%는 동일하므로 사실상 3개의 채널이다)을 갖고 있었다.
세 번째 채널은 트라이앵글 웨이브로 베이스라인와 낮은 음들에 사용되었고, 보이스들(*동시에 연주되는 개수)이나 볼륨 컨트롤이 없었다.
네 번째 채널은 2개의 모드와 16개의 음정(Pitch) 세팅을 가진 화이트 노이즈(백색 소음)으로, 퍼커션이나 리듬감을 위해 사용되었다.
다섯번째 채널로는 드물게 PCM 채널을 두어, 7-bit의 디지털 샘플들(드럼 킥이나 사운드 효과들)을 담아두고 사용했다.
일부 순수주의자들은 PCM 채널조차도 편법으로 취급해서, 오직 네 개의 모노포닉 채널들만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각적인 이해를 위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테마곡이 네 개의 채널로 연주되는 모습을 가져왔다.
(*좌/우 상단 = Pulse, 좌 하단 = Triangle, 우 하단 = White Noise)
만약 여러분이 NES 음악을 만들고 싶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위에서 언급된 가장 기초적인 툴 이외의 무언가를 사용한다면 - 예컨대 다른 파형을 사용한다던가, 컴프레션 등의 믹싱/마스터링이 추가되거나, 리버브/코러스는 물론 다른 채널이 더해지거나, 더 많은 보이스로 하모니를 얹는다던가, 세팅을 조정한다던가, 드럼 브레이크나 칩튠스럽지 않은 악기의 샘플을 사용한다던가, 게이트나 필터나 엔빌로프나 템포/음색/레조넌스(Resonance)/오버드라이브/오버클럭 등 본래 NES에서 지원하지 않는 보조 도구들을 사용하는 순간 진짜 칩튠이 아니다. 진짜 칩으로는 이런걸 못만드니까.
그렇다고 여러분이 그 틀을 깨고 PSG칩을 원하는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고, 대신에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장르로 Fakebit이 있다는 정도만 알려드리겠다. 실제로는 뭐 아무도 신경 안쓰는 것 같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칩튠과는 분리된 장르이다. 아니, 사실 중요한 문제이다. 왜인지는 묻지 마라. 이건 진성 빠들이 거품물고 달려들 수 있는 문제이므로, 그냥 걔들이 신경쓰니까 그렇구나~ 하고 반 쯤 애매한 상태로 넘어가면 된다.
이제, 코모도어 64에서 사용된 다른 유명한 사운드 칩인 6581 SID로 넘어가보자.
NES가 5개의 채널을 갖고있음에 비해, 얘는 오직 3개의 채널만을 갖고 있으므로 더 제약사항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겟지만, 이 채널은 Square, Triangle, Saw, Noise 네 개의 파형을 갖고 있다. 게다가, 신호만 주면 언제나 다른 파형으로 바뀔 수 있어, 더 많은 채널이 사용되는 것 처럼 들리게 할 수 있다. 아니면 하나의 채널에서 빠르게 세 개의 파형을 바꿔주면서 아르페지오를 넣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오직 한 번에 3개의 음만 플레이될 수 있으며,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엄격한 제한 사항에서 원초적인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이유로, 야망있는 칩튠 작곡가들은 닌텐도보다 코모도어 64 칩을 더 선호하기도 하였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칩튠은 19세기 프랑스에서의 예술 운동인 고답파(Parnassianism, 파르나스)를 준수한다. 파르나스주의자들은 엄격한 규칙과 표준에서 실용적이진 않더라도 원초적인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보았다. 좁은 선택지만이 주어진 상황은 아티스트들에게 창의성을 끌어낼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박스 밖에서 생각할 수 있다 - 그건 쉽다. 그러나 여러분이 박스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도구를 갖고, 온갖 제한 사항이 가해진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는 다른 얘기이다.
칩튠이 비디오 게임 음악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이 가이드에서도 비디오 게임이 피크를 찍던 시기의 샘플들을 가져오기는 했는데, 칩튠이 비디오 게임에 의해서만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칩튠 커뮤니티에서는 칩튠과 VGM 씬을 분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음악이 게임에서 나온 음악인지,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스스로를 비디오 게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 지칭하는지 아니면 독립된 작곡가라 주장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다. 필자는 이 가이드에서 딱히 둘을 구분하진 않았다. 뭐 이런걸로 나누나 싶지 않음? 게임을 위한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을 구분한다고?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발상이냐?
기술의 발전 덕분에, 더 많은 칩튠 음악들이 과거에 실제 칩이 사용되던 시기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칩튠 씬에서 이 점은 축복이자 재앙인데, 왜냐하면 유명해진다는 뜻은 그 만큼 수준 낮은 작품들이 생겨난다는 뜻이고, 또한 이 영역이 진짜 괴짜들의 영역으로 남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그 괴짜들은 매사에 깐깐하기도 하고.
장르의 계보)
Experimental - Chiptune
+ 본문에 등장하는 GW-BASIC은 이거(https://hwiegman.home.xs4all.nl/gw-man/PLAY.html)를 말하는 것 같다. 시간이 썩어넘쳐났으면 (사실 그러면 안되긴 하는데 그러고 있긴 하다) 직접 해보고싶기도 한데, 정작 해보고싶지는 않다(?)
+ 기본 파형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 참고:
https://coldhearted-sirius-alpha-22.tistory.com/90
Sine, Triangle, Saw, Square/Pulse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Pulse 신호를 만들어내는 OSC들의 경우에는 독특한 파라미터를 하나 가지고 있다.
보통은 Pulse-width, 혹은 경우에 따라 Duty나 Faithfulness 등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는 하지만, 얼마나 스퀘어에 가까워질지를 결정하는 항목이다.
50%일 때 완전한 Square를 띄며, 12.5%, 25%는 다른 소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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