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4일이나 지났으나,
이 글이 올라갈 시점에서는 6일쯤 되지 않았을까.
새해에는 모두들 해피해피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해피 하드코어이다.
[장르의 역사]
해피 하드코어(Happy Hardcore)는 하드코어 테크노의 하위 장르들 중 하나이며,
4-beat, Happycore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줄여서 HHC라고도 한다.)
1990년, 브레이크 비트 하드코어가 있다가 망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오.
개인적으로, 대충 이런 상황으로 빗댈 수 있을 것 같다.
하드코어 테크노(Hardcore Techno)라는 친구가 혼자서 Rave라는 산으로 캠핑을 갔다. 그런데 누군가가 "브레이크 비트"를 들고 와서 합류하겠다고 한다. 뭐, 요즘 힙한 아이템이니까 일단은 "ㅇㅋㅇㅋ"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번에는 피아노 리프를 들고 와서 합류하였다. 뭐, 음악이 조금 익살스럽고 밝은 면도 있어야지 ㅇㅋㅇㅋ 이번에는 누가 엇박자 스탭(Offbeat Stab)을 이빠이 들고왔다. 뭐, 신나기만 하면 상관 없지 않을까? ㅇㅋㅇㅋ 이번에는 누가 무엇을 들고 왔다.... 뭐, 그것도 있으면 좋지ㅇㅋ... 근데 다 가지고 오니까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음... 저는 그냥 브레이크 비트랑 어두운 분위기 좀 가져갈께요" 그렇게 Hardcore Jungle이라는 장르가 떨어져 나왔다. "저는 밝은 느낌들 좀 가져갈께여" 그렇게 Happy Hardcore라는 장르가 떨어져 나왔다. 이렇게 저렇게 하위 장르들에게 이것 저것 넘겨주고 나니? 남은 건 잔뜩 왜곡된 킥과, 가져가고 남은 샘플들... 우리의 하드코어 테크노는 짬처리 당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담으로 이 장르를 Darkcore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냥 초기 하드코어(Oldschool Hardcore)라 하면 맞다) |
조금만 더 정성스럽게(?) 덧붙혀보자면.
1990년대 전후로, 언제나 "클럽"과 "레이브(Rave)"가 있더랬다.
클럽은 합법 중에서 불법이 발생하는 느낌이었다.
클럽 자체가 마약을 합법화해주는 공간은 아니었잖아? (아닌가? 맞나?)
그에 비해, 레이브는 그냥 처음부터 불법이었다.
모이기로 한 장소부터가 무단 점거한 곳일뿐더러,
마약은 일상 다반사였고, 하필이면 마약 종류도 대마초같이 얌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엑스터시 같은 환각제였다. 눈에 뵈는 게 없어;;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클럽의 EDM은 보컬 위주, 비교적 얌전한 곡들이 주를 이루었다고 보시면 된다.
대표적인 장르가 House나, Trance나, 뭐 그런 것들?
그에 비해, 환각제에 심취한 관중들은 으레 새로운 것, 삐용비용 한 것, 강렬한 것을 원해왔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게 하드 댄스 같은 거고, 그렇게 하드코어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 하드코어라는 녀석이...
너무 무겁고 어둡다.
우울하다. 힘들다.
몇몇 사람들은 이제 다시 웃고 싶어졌다.
언제까지고 찡그릴 수는 없잖아?
행복해지고 싶어...
그래서 브레이크 비트에 행복행복한 요소들을 얹기 시작했다.
행복행복한 요소들은, 피아노, 벨 소리를 포함한 밝고 익살스러운 샘플을 의미한다.
당시는 "샘플러"의 시대였기에, 보컬이나 악기 샘플들의 속도를 빠르게 하면 자연스럽게 "업-피치"되고는 했다.
이걸 Cheesy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이런 샘플들이 사용되었다.
On Top (Hixxy Remix) (2013)
(밝고 해맑은 피아노 리프)
장르적 유사성 때문에, 처음에는 개버나 하드코어 테크노 등지와 엮여서 자주 등장하였으나,
이 장르는 참 안 좋은 시기를 타고났다.
브레이크 비트 하드코어가 거의 완전하게 분파된 1990년대 중반,
해피 하드코어가 등장해서 장르로서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사건이 터진다.
1994년, 영국에서 「Criminal Justice Public Order Act 1994」가 제정된다.
이로서 레이브 씬은 직격탄을 맞아버리게 되고, 집중 단속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90년대 후반은 정글/드럼 앤 베이스 씬이 영국을 평정하던 시대였다.
게다가 세대가 바뀌면서, 프로듀서들이 점차 샘플러에서 신시사이저로,
브레이크 비트보다는 4분의 4 정박자 리듬을 선호하게 되면서
해피 하드코어는 암흑기(?)에 빠져들게 된다.
[UK Hardcore]
(명칭과 구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는 점, 깔아 두고 가시겠다)
하드코어 씬이 점차 약해지면서,
일부 프로듀서들은 기존 장르들과 하드코어의 융합을 시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트랜스와 하드코어 테크노를 융합한다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1997년, 해피 하드코어는 조금 더 상업적/시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변해갔다.
그러니까, 조금 더 부드러운 킥을 사용하고, 트랜스의 그 "Melodic"함을 도입하였다.
그 과정에서 해피 하드코어는 Cheesy한 보컬과 브레이크 비트를 거의 다 잃어버리고,
업리프팅한 멜로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일부 장르들이 Oldschool과 Nu-school을 구별하는 것처럼,
해피 하드코어 역시 세대를 구별하려는 시도가 있다.
대충 90년대 초반의 광란의 파티 열풍을 탄 해피 하드코어(Happy Hardcore)와,
00년 이후로, 시장성을 선택하고 트랜스(Trance) 등과 융합되는 과정에서 발전한 UK Hardcore 이다.
[Happy Hardcore vs UK Hardcore]
해피 하드코어는 UK 하드코어보다 이전에 발생한 장르로, 조금 더 날것의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에 비해, UK 하드코어는 보다 멜로딕해진 동시대의 다른 장르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선, 하드코어와 해피 하드코어/UK 하드코어의 구별법은 단순하다.
익살스럽거나, 장난기 넘치거나, Cheesy한 느낌이 들거나, 행복한 것들
당연하다.
해피하드코어인데 해피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S3RL X Slen-D - Back of the Maccas (2021)
아닌가? 보는게 빠르려나?
그리고 UK 하드코어와 해피 하드코어의 차이점이라면...
해피 하드코어는 그냥 천진난만하게 해맑은 느낌이라면,
UK 하드코어는 훨씬 멜로딕하다.
특히 UK 하드코어에서는 오프비트 베이스와 리버스 베이스는 물론,
바로 직전 글에서 설명한 킥드럼의 하모닉 사용이 매우매우 빈번하다.
S3RL - Pretty Rave Girl (2010)
이 쯤에서 이 곡이 안나오면 안되긴 하지.
한눈에 봐도, 위의 On Top (Hixxy Remix)보다는 훨씬 멜로딕하고,
드럼/베이스의 조합이 다름이 느껴진다.
[결론]
장르의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그런 것과 별개로, 해피 하드코어는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는데.
모두 힘들고 지칠 때에는 해피 하드코어를 듣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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