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 음악(Dub Music)은 자메이카에서 시작된 음악으로,
자메이카의 전통 음악인 레게(Reggae) 음악에서 파생되었다.
어라, 둘 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단어들이다.
여기서, 아마 이 글을 읽을 분들은 EDM에 (혹은 음악에) 관심이 많을 것이고,
많은 분들이 Dubstep의 Dub이나 Dubstyle의 Dub을 떠올리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Dubbing을 생각했다면 의외로 더 정답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왜 인지는 아래 내용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글에서 덥 음악은 비록 '음악'이라고는 하지만,
음악 장르가 아닌 "기법"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이해하는데 있어 편할 것이다.
사실, 레게 음악과 덥 음악은 EDM의 범주에서 다루기에는 너무나도 넓고 깊은 장르이다.
그러니 만약에라도 과제나 숙제나 아무튼 뭐가 되었든 여러분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이유로
자료를 찾다가 이 글을 보게 되었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재미있게(재미..?) EDM 역사를 풀어내는게 취미인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아무튼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자메이카라는 나라가 있었고, 여전히 있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있을 예정이다.
지도를 보니 위에 플로리다와 마이애미가 있고,
그 밑에 쿠바가 있는 걸 보아하니 미국 아래에 있구나~ 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지요?
예? 모르겠다구여??
야!!!
[ 덥 이란? ]
우선, "덥 (Dub)"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1920년 즈음, 무성 영화에 별도의 사운드 트랙을 입히는 기법을 "Doubling", 줄여서 "Dubbing"이라고 불렀다.
아하. '더빙'이라는 단어의 기원도 여기서 나온거구나!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어 더빙'의 그 더빙이 맞다.
이 기법은 음악 장르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네이버에 '더블링'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
"동일한 부분을 두 개의 트랙에 녹음한 후, 두 트랙을 동시에 재생시켜 음량을 증가시키는 방법"
방송에서 왜 요즘 가수들 나와서 녹음할 때, 같은 부분을 여러 번 녹음해서
화음은 아닌데 뭔가 음량을 풍부하게 하는, 그런 기법 있지 않은가?
그걸 더블링이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Dub에서 나온 기법인 "오버 더빙(Overdubbing)"이 있다.
이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했다.
우선, 오픈릴식 테이프 녹음기 (Reel-to-reel tape Recoder)가 필요했다. (녹음을 해야하니까)
그리고 아세트 테이프가 필요했다. (녹음을 여기다 할 거니까)
오픈릴식 테이프 녹음기가 무엇이냐면?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그거 맞다.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겠고, 실제로 본 적은 박물관 빼면 없을 것 같은데 친숙한 그 모습.
이 기법은 음향 엔지니어/제작자가 자주 사용하였는데,
주로 어떤 음악 트랙을 다른 곳에 녹음-재녹음-재재녹음-재재녹음...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최종 녹음본에 잡음같은 것들이 간혹 섞여들어간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술적 문제'로 50번 정도 쓴 아세트 테이프는 수명이 다해 운명해버린다는 것이었다.
'기술적 문제'라는 키워드가 가불기 같지만 어쩔 수 있나.
60년대니까, 그냥 그려러니 하자.
여담으로 '기술적 문제'로 휴대폰 내구도는 1년 반 정도를 기준으로 설계된다는 소리를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듣는 사람도 답답하고, 녹음하는 사람도 쓰레기같은 내구도 때문에 고통받는
이 아세트 테이프의 유일한 장점이라고는 가격이 싸다는 것 밖에 없었다.
음원을 완성하기 전에 다양한 효과를 수 십, 수 백번 입혀봐야하는 음향 엔지니어들은
(주로 예산을 아끼기 위해) 이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싸게싸게 다양한 효과를 입혀본 결과물들로, 자신이 작업중인 음악의 시장성과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번 글에서 다룰 자메이카의 레게 음악가들은 대체로 가난하였기에 이 방법을 자주 사용했고,
그러던 중 덥 기법이 탄생하였고,
그렇게 탄생한 덥 기법은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 사운드 시스템이 훗날 영국과 유럽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결과 EDM의 전반적인 씬이나 장르들이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뒤로 갈 수록 정통 덥과는 별 상관이 없어지게 되었지만, 족보 상 그렇다는 것이다.
[ 역사 ]
덥 음악의 시초가 누구이고 어느 음악에서 시작되었는가는 많은 논란이 있으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한 가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우선 이런 것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흥미롭겠지만.
이 이야기는 1968년의 어느날 밤, "Duke Reid's Treasure Isle" 스튜디오에서 일어났다.
사운드 엔지니어 Ruddy Redwood와 Byron Smith, Bunney Lee는
The Paragon의 'On The Beach'라는 곡을 작업하고 있었다.
음향 엔지니어였던 Smith는 음원 트랙을 재생하고, 알맞은 타이밍에 보컬 트랙을 얹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위의 오버 더빙을 생각해보자면, 기존에 음원 트랙을 테이프에 녹음한 후,
같은 테이프에 보컬만 녹음된 작업물을 겹쳐서 오버 더빙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곡이 어려웠던건지, 아니면 단순한 실수였던건지, 아니면 운명이었던건지.
실수로 음원 트랙은 재생되고 있는데, 보컬 트랙이 묵음처리 된 채 재생되어버렸다.
"ㅈㅅㅈㅅ 다시 녹음함;;"
"ㄴㄴ 일단 계속 해보셈. 까짓것 현장에서 그냥 부르면 되지 머"
이렇게 보컬 없이, 공간계 효과가 가득 떡칠된 MR만 녹음된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Ruddy는 그 트랙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그 주 토요일 DJ Wassy와 함께 자신의 클럽에서 공연할 때 사용했다.
1절은 보컬이 있는데, 2절 부터는 갑자기 보컬 없이 반주만 나온다??
관중들은,
"?? 님 이거 왜 가사 없음? 이게 맞음?"
라고 물었고,
"ㅇㅇ 이제부턴 내가 여러분들과 직접 부를거임"
...라고 대답한 DJ Wassy.
즉석에서 부른 노래는 관객들의 호응과 떼창, 온갖 소리들이 합쳐져
그 순간에만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날 밤, Ruddy는 1시간동안 이 곡을 9-10차례나 반복해야만 했다.
이 장면을 보고 성공 가능성을 본 Bunny Lee는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여러 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레게/스카 등 기존 음악 장르들의 편집된 MR 버전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앨범에 수록된 MR 버전들이 바로 그 유명한 Instrumental (인스트루멘탈)이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만들어진 곡은 앨범의 B-side에 수록되었다.
(당시, 음원이 유통되는 방식은 LP 판이었다. 그리고 그 중 전면부(A-side)에는 메인 타이틀곡들이,
후면부(B-side)에는 부가적인 곡들이 수록되는 경우가 많았다.)
[ 음악적 특징? ]
반복하지만, 덥 음악은 기존의 곡에서 보컬을 제거한 후, 공간계 이펙트를 왕창 바른 느낌이다.
혹자는 리버브/에코 등의 이펙트가 만들어내는 아련함과 몽환적인 느낌이 오래 전 자메이카의 역사(노예 무역)와,
당시 해외 곳곳으로 흩어져 돈을 벌러 나간 이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러한 느낌이 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를 모방한 것과 같았기에 유행했다고 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내 생각에는 마약이 맞다.
음악의 발전과 마약은 뗄 수가 없는 관계거든.
해외에서 고단하게 일하한지 7년 차, 비가 와서 쉬던 어느 날.
몽롱하게 담배 한 대 태우면서 몽환적인 음악을 들으니 고향이 생각나네...
이런 느낌 아닐까??
[사운드 시스템]
이 주제와 관련해서 자메이카의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을 제외할 수는 없다.
분량이 걱정되긴 하지만, 이것은 중대 사항이므로 타협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원래는 가사가 있어야하는 곡에서 보컬이 없어진 인스트루멘탈만 재생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최소한 누군가 그걸 부르거나, 관객들의 호흥도 유도하고 그래야 재미있지 않을까?
사운드 시스템은 '음향 설정'이 아니다.
음향 설정은 윈도우 설정에서나 찾으시구연.
가장 가까운 예시가 오늘날 힙합의 '크루' 정도겠는데, 우리가 평소 사용하던 용어와 헷갈리니 잘 기억하자.
Selector : 말 그대로 음악을 '선택하고 재생'하는 사람이다.
서구 음악 문화에서의 "Disc Jockey (DJ)"와 같다.
DJ : MC(Master of Ceremonies)의 역할이다.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Selector의 선곡에 따라 노래를 불렀는데, 이를 토스팅(Toasting)이라 한다.
Engineer : 음향 기기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진짜 엔지니어이다.
요약하자면, Selector가 인스트루멘탈(여기서 말하는 Dub Music)을 중간에 틀면,
DJ가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이를 부르는 관객 참여형(?) 무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사운드 시스템이 하나만 있었을 리가 없지.
여러 팀에서 같은 곡을 제각기 편곡하고 커버하니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러면 관객들은 이를 "~~ 버전(Version)"이라고 부르며 구분했다.
[영향]
4~50년대까지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던 자메이카 아티스트 그룹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이 상황에서 엄청난 인기를 몰고 온 덥 음악들은 같은 곡도 여러 스타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수 많은 '버전'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70년대까지 덥 음악은 조그만 자메이카 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뜬금없게도(?) 영국의 펑크, 뉴웨이브 로커들이 레게/스카 음악의 특징을 차용하면서
어떤 곡의 Dub versions들이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진짜 어떤 바람이 불었기에 7,000km나 떨어진 동네의 음악을 차용할 생각을 했을까?
근데 뭄바톤이나 댄스홀같은 걸 보면, 이 동네가 뭔가 있기는 있나보다.
그래서 이 장르? 혹은 기법?이 EDM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Dub은 보통 "Dubbing"의 의미, 즉 'MR에 보컬을 얹는다'는 느낌으로 사용되었는데,
사실 이 Dub이라는 단어가 자메이카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말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섹드립으로 사용되었다는 말도 있는데, 그건 별로 의미 없을 것 같고.
예컨대, DJ들이 "Dub it!" 이라고 외치면, "드럼과 베이스를 강조하라"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자메이카의 음악들 중, 멜로디보다는 드럼 비트와 베이스에 강점을 둔 장르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영어 "Rhythm"의 자메이카식 방언인 "Riddim"이라 칭한다.
드럼과 베이스를 강조하라고?
드럼 앤 베이스는 드럼과 베이스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는 장르이고(이렇게 말하면 실례다),
덥스텝 역시 묵직한 드럼과 베이스를 빼면 9할이 날아가는 장르이다(이렇게 말하면...잠만 맞잖아?).
그리고, 위의 리딤(Riddim)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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