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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음악의 세계/[LEGACY] EDM 장르

[EDM] #09. 트랜스 / Trance (Early 199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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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는 발전의 흐름이 굉장히 단순하다.
하드 코어(Hardcore)가 대표적인데,
이 친구들은 테크노-레이브-하드 코어- 하드 스타일, 프렌치 코어, 스피드 코어... 등으로
상당히 간략하게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간혹, 발전이 아니라 "그냥 새로운 장르 아녀?"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독특한 하위 장르들이,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니라 여러 개씩 쏟아져 나오는 장르가 있다.

그래서 본인이 가장 어려워 하는 장르(?)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드럼 앤 베이스(Drum And Bass)로,
이 녀석은 해외 커뮤에서도 세부 장르로 싸움이 곧 잘 일어나는 장르이다.

하나는 하우스(House)로,
얘는 딱히 알아보고자 하지 않아서 그럴 뿐, 막상 메이저한 장르들만 쭉 타고 가면
그렇게 복잡해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왠지 후회할 것 같은 발언이다)

그리고 오늘 다루고자 할 "트랜스(Trance)"이다.
이 녀석은, 오늘 날의 분파를 보면 정말... 음... 뭔가 싶다.
예를 들어, 싸이 트렌스(Psy Trance, 강남스타일 그거 아님)랑 가장 대중적인 업리프팅 트랜스(Uplifting Trance)를 보면
얘들은 같은 조상을 둔 장르가 맞나 싶기도 하다.
근데 그 조상이랑 얘들을 보면 같은 혈통이 맞나? 의심이 가는, 그런 느낌?

심지어 이 장르는 발레아릭(Balearic), 유럽(Euro), 일본(J-머시기), 영국(UK), 독일(German),
네덜란드(Dutch), 인도(Goa), 이스라엘(Isr) 등, 온갖 국가들의 특색이 개입된 정말 답도 없는 장르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가장 초창기의 트랜스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오늘 날 까지 계승되고 있는(?) 장르의 간단한 특징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초기의 트랜스의 매우 간략한 역사]


사실 모든 음악이 기존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음악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으므로,
굳이 어떤 장르의 영향을 콕 집어서 받았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그러나, 독일의 테크노, EBM, 초기 하드코어와
영국의 뉴 에이지 스타일이 장르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말하는 '초기'란, 독일과 영국, 미국 등지에서 초기에 잠깐만 그 존재를 드러냈었던
1990~5년 까지의 시간을 말하며, 이후에 트랜스는 여러 세부 장르로 쪼개지게 된다.

그런데 이 쪼개진 장르들은 대부분 '상업성'을 따라가거나 '지역 특색'이 많이 반영된 덕분에,
오늘 날 시장에서 유행하는 트랜스 장르들에서는 초기 트랜스의 원형을 찾기가 힘들다.
본인도 조사하면서 들어보고 깜짝 놀랬던 기억이 있다.
진짜 "반복성"과 "구조(이것도 좀 들쭉날쭉이긴 하다)" 말고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대충 최면 상태라는 뜻.


[특징]


보통 "트랜스(Trance)" 장르라 하면, 여러분들이 떠올리는 그런 느낌이 있을 것이다.
몽환적, 무아지경, 황홀함...

"Trance"라는 영단어의 본래 뜻 자체가 "가수(假睡, 최면 마냥 잠든 것 같지만 아님) 상태"를 의미한다.
듣다 보면, 공간계 이펙트가 덕지덕지 붙은 악기들이
최대한 같은 형태로 반복되다보니까(이건 미니멀리즘의 영향이다...)
진짜 음악 듣다가 졸릴 때가 있다.
아래에서도 나오겠지만, 특히 브레이크 다운 부분이 너무 길어서...

템포는 은근 빨라보이지만, 보통은 130~140 BPM 정도로 그렇게 빠르지만은 않다.
물론, 오늘 날 나오는 프로그래시브 트랜스(Progressive Trance)의 경우에는 120 대로 내려가거나,
싸이 트랜스(Psy Trance)처럼 속도감 있는 장르의 경우에는 150까지 빨라지기는 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잊혀진 초기 트랜스의 근본 템포는 130이었다.

여담으로, 오늘 날의 트랜스와 초기 트랜스의 구분이라면?
과거에는 뭔가 더 어두우면서 '최면'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오늘 날에는 더 밝고, 업리프팅 하고, 이모저모 감성적인 면이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판단 기준이므로 자세한 태클은 몰?루

[구조]

초기 트랜스는 오늘 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하위 트랜스들의 "템플릿(Template)"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구조적 기반'이 마련된 이후에 이런 저런 요소들이 섞여서 OO Trance가 발전하였다.

여기서 조금 아이러니 한 점이라면, 트랜스 역시 기존의 팝 송의 구조를 차용했다는 점이다.
즉, 벌스 - 브릿지 - 훅 (Verse - Bridge - Hook) 구조의 템플릿을
브레이크 다운 - 빌드 - 앤썸 (Breakdown - Build - Anthem)라고 이름만 바꿔서 그대로 가져왔다.

그런데, 이 구조가 생각보다 많이 경직되어있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트랜스는 고전 음악마냥, 그 형식이 굉장히 엄격하고 제한되어있다.

인트로(Intro) : 킥드럼에서 시작, 스네어/하이 햇과 기초적인 신스가 한 번에 1~2개씩 얹혀진다.
즉, 인트로는 모든 악기가 등장할 때 까지 계속 된다.
브레이크다운(Breakdown) : 갑자기 대부분의 악기들이 사라지며, 엠비언트(Ambient)마냥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소수의 악기들(Pad 등...)만이 남는다.
클라이맥스(Climax) : 잠시의 빌드업(Build-up) 다음, 곡의 최고 텐션을 유지한다.
아웃트로(Out) : 인트로의 반대. 모든 악기가 사라질 때 까지 계속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안그래도 인트로와 아웃트로도 굉장히 길어진데다가,
다른 장르에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부분까지 끼어들어가면서
곡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초기에 곡의 '구조'라는 것이 마땅히 없었던 하우스 등의 장르들도
엄청 길었던 곡을 줄이고 줄인다 해도 6분, 7분씩 나오고 그랬다.
그러나 이 장르들이 오늘 날에는 발전해서 4분 5분 길이로 줄어든 데에 비해?

요즘의 트랜스 음악은 아직도 DJ 믹싱을 위한 Extended, 즉 풀버전 기준으로 6분, 7분을 넘어가며,
천하제일 음악 길이 늘리기가 유행하던 한 때는 10분이 넘어가는 일도 허다했었다.

인트로와 아웃트로야 물론 DJ가 믹싱하면서 앞 뒤로 잘라내기 용이하기라도 하지,
도대체 중간의 브레이크 다운은 어쩌려고 저렇게 길게 했던걸까?

심지어 이게 발전한 오늘 날에는,
곡의 길이는 짧아졌는데 브레이크 다운이 더 길어지는(?) 괴상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대충 최고 절정기 유로 트랜스의 파형 분석도

1.5 미닛 오브 낫띵!

어나더 뻑킹 미닛 오브 낫띵!

스탑 스탑핑 더 뻑킹 뮤직!!!


사실, 음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 중 하나가 "대조(Contrast)"이긴 하다.
즉, 낮은 음과 높은 음의 대조.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대조.
대표적인 예로, 베토벤 9번 '합창' 교향곡을 들 수 있겠다.
설마 이걸 들어보고도 모르진 않겠지?

아무튼 트랜스의 브레이크 다운 역시 음악적 대조를 위한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초반에 맹렬한 비트(결국은 '댄스 뮤직'이므로, 타 장르보다는 강렬하다)가 계속되던 도중,
드럼이 빠지면서 갑분 명상(?)시간으로 분위기를 대비시킨다.
이후 감성적인 보컬이 있다면 더 좋고, 아니라면 뭐 다른 무언가가 들어가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서
오롯이 음악의 분위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짧은, 혹은 적당히 긴 빌드업 부분이 들어간 다음,
초반보다 더 강렬한 분위기로 '도약'함으로서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나무위키에도 실린, 본인 기준 (아마도 요즘) 트랜스의 묘미를 성공적으로 풀어낸(?) 현장 같다.

아 ㅋㅋ 근데 이거야 마약 없이(과연?) 잘 됐을 때 얘기고.

1990년대가 어떤 시대인가, 전 세계적으로 Rave 열풍이 불 때이다.

클럽에 맨날 놀러 다니는 죽순이들은 아무래도 술 보다는 마약을 더 쳐먹었던 모양인지라(?)
클럽 오우너들은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클럽이결국은 술을 비싼 값에 팔아서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보니,
춤추다가, 약하고, 토하고, 널브러지고, 정신 좀 들면 집 돌아가는 죽순이들은
매출에 하등 도움 안되는 종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트랜스 음악의 중간중간 저 브레이크를 봐라!

일단 드럼이 사라지는 시점에서, 춤 추기는 글렀다.
저 때는 자리로 돌아가서, 일단 칵테일이든 위스키든 간단한거 하나 시켜서 한 잔 하고?
다시 뭔가 빌드 업이 시작되서 곡이 시작될 것 같으면 스테이지로 기어 올라가기 딱 좋다.

그런 이유로 클럽에서 자주 나왔던게 아닐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옛날 트랜스는 저렇게 까지 브레이크 다운이 길었던 것 같진 않다.
드럼이 빠진 부분만 브레이크 다운으로 취급한다면 말이지.

더 자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더 자세한 내용은 언젠가 다뤄보도록 하겠다.


[오늘 날의 트랜스]


초기 트랜스는 비록 주목할 만 했지만, 이후 모종의 이유로 여러 분파로 쪼개어졌다.

독일과 영국 등의 영향을 받아 시작된 트랜스는, 이내 독일에서 초기 하드 트랜스로 발전하였다.
물론, 얼마 후에 등장한 트랜스의 다른 하위 장르가 더 "Hard Trance"라는 이름에 걸맞다는 이유로,
이 초기 하드 트랜스는 오늘 날 "German Trance"라고 불리는 모양이다만.

인도의 고아(goa) 주로 넘어가서, 현지의 고아 씬*의 영향을 받아서
독특하게 발전한 장르가 고아 트랜스(Goa Trance)이고,
이 장르가 이스라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그 유명한 싸이 트랜스(Psy Trance)가 되었다.
여기서 싸이는 싸이키델릭이지, 강남스타일 그거 아니다.

그리고 이 트랜스가 네덜란드로 건너가서 등장한 트랜스가 바로,
오늘 날 트랜스와 가장 많이 붙는 단어 "Uplifting, Epic, Melodic"를 탄생시킨

유포릭 트랜스(Euphoric Trance), 혹은 업리프팅 트랜스(Uplifting Trance) 되시겠다.
그리고 여기다 그냥 감미로운 여성 보컬이 얹혀진 장르가 보컬 트랜스(Vocal Trance) 되겠다.

그리고, 여기서 유로 비트마냥
일본에서 모방인지 참고인지 영향인지 지들 끼리 통용되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로 트랜스보다 더 밝은 멜로디가 강조되거나 애니 OP등이 편곡된 J-Trance가 발생한다.
(사실 부각되는 멜로디와 애니 OP/ED는 일본 EDM의 특징 아닐까 싶다)
이걸 굳이 이렇게 구분하나 싶긴 하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다.
사실 구분하는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닮았지만.

왜냐구여?

도대체 그렇다면 프로그래시브 하우스프로그래시브 트랜스는 무슨 관곈데여??

이하의 내용은 써놓고 보니까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더보기로 대체하였다.
아니 머 쓰다가 화나거나 짜증나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닌데... (애초에 화가 날 이유는 없다)

그냥 "에혀 머 알지도 못하면서 음알못 ㅉㅉ" 거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껄끄러워서 그렇다.

더보기

2010년 이후, 하우스와 트랜스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아 두 장르가 탄생하게 된다.

둘 다 Progressive 라는 이름이 붙은 시점에서, 굉장히 유사한 공통 분모를 가졌을 것 같지 않은가?

 

둘 모두 종전의 장르들보다 더 멜로딕하고, 코드 진행이 부각되었을 뿐더러.

프로그래시브 트랜스(Progressive Trance)는 BPM이 하우스와 같은 128인 경우가 허다하고,

프로그래시브 하우스(Progressive House)도 굳이 128이 아닌 130, 140 BPM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져서

사실상 두 장르의 구분이 굉장히 모호해졌고, 실제로 구분하지 않는 느낌이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히 다른 점이라면, 트랜스 리스너들이 프로그래시브 트랜스 이후를 TRANCE 2.0이라 한단다.

국방개혁 2.0이야 머야?

 

그래도 굳이? 장르를 구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본인만의 검증되지 않은 구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검증되지 않은 Sirius식 구분법

프로그래시브 트랜스) 멜로디가 조금 더 복잡하다.

더 몽환적이다. 그리고 트랜스 특유의 아르페지오(Arp)를 주목해보자.

 

프로그래시브 하우스) 사이드 체인이 더 들어가서, 킥과 킥 사이가 명확히 구분된다.

음악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트랜스보다는 소리가 더 넓은 느낌이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물론 이렇게 써 놓으면, 트랜스 리스너들(그러니까, 2.0 이상의 리스너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않이, 너무 일반화 한거 아니에요?? 너가 들은 것만 트랜스임?"

 

맞다. 일반화 맞다.

그런데 일반화 안하면, 도대체 둘을 구분할 수가 없는걸 어쩔까?

어차피 페스티벌에서는 하이라이트 부분만 맞춰서 춤추면 되는거니까 상관 없지 않을까?


아무튼 여차 저차한 이유로.
오늘 날 수 많은 하위 장르들과 함께?
트랜스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좀 많이 달라졌을 뿐인...

* Goa Scene : 영국의 Rave 마냥, Goa 지방에서 유행하던 그런 것들...
그러니까 최신 서구 문물인 애시드, EBM 인더스트리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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