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온갖 장르의 EDM이 쏟아지는 시대에서,
온갖 것들이 불편한 장르 나치들을 위해.
다른 장르는 몰라도, '테크노(Techno)' 장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아주 훌륭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겠다.
"만든 놈이 디트로이트 출신인가?"
맞다면 근본의 '디트로이트 테크노'이고,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테크노'이다.
[장르의 탄생]
'디트로이트'가 어떤 도시인가?
지금은 몰라도, 당시에는 눈부신 자동차 산업의 수혜를 누리던 빛나는 도시였다.
따라서 1970년대 즈음, 디트로이트의 흑인 중산층들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들보다 대부분 잘 살았다.
당시의 디트로이트 흑인 클럽은 철저히 배타적인 경우가 많아,
같은 흑인이라도 다른 지역에서 굴러들어온 하류 계층 흑인들은 출입을 금지했다.
얘네들은 같은 흑인들도 '급(Class)'이 있다며,
뒷골목에서 랩이나 하고 이상한 스트리트 댄스인지 뭔지나 추고 있는
다른 하류 계층들과 자신들은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했나보다.
흑인 백인 차별이 심하던 당시에 자기들끼리도 서열을 나눈다는게 그리 놀랍지도 않은 게,
원래 맞은 놈이 더 아프게 때리는 법을 알고,
짬도 맞아본 놈이 더 잘 때리지 않는가?
이 말에 공감이 안된다면 당신이 미필이라는 것에 200원 걸겠다.
그 이상은 안 될듯. 나 가난해.
(그런 의미로 광고 한번 보고 가시겠다)
아무튼 모종의 기준(= 디트로이트에서 사는 아는 형동생인가?)을 통과한 나머지 사람들은
지하 클럽 등지에서 구X 가방을 메고 아르O니 시계를 차고 온갖 명품과 사치품으로 떡칠을 한 채,
당시 유럽의 최신 트렌드였던 Hi-NRG, Italo Disco 등에 심취해 몸을 비비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음악을 모방하려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사람들은 보통 자동차 산업의 수혜자였던 부모들의 재력을 빌려 전자악기로 도배된 스튜디오를 마련할 수 있었다.
아마 시카고나 뉴욕의 거리에서 한 푼 두 푼 모아 간신히 녹음실 대여해서 앨범 만들던
다른 아티스트들이 보면 인생 치트키 쓰고 산다며 온갖 자본주의적인 욕을 했을 것이다.
다만, 머지 않아 디트로이트도 도시를 지탱하던 산업이 몰락하면서 도시도 같이 몰락하게 되니
어느 정도 밸런스 패치가 된 것 같기도?
빵빵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비슷한 시기에 옆 동네에서 발생한 하우스와 일렉트로, 펑크, 신스팝 등의 영향을 받아,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음악들은 다른 동네들과는 달리,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이고 차가웠다.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던지 우선 인간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
SF 영화에서 사이보그 같은 거 보면, 인간 모습이지만 왠지 감정이 없어보이잖아?
밝은 피아노 리프(Riff)가 들어가면 아무리 음침한 음악도 밝아질 수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 이게 뭐지?
그렇다면 밝은 멜로디를 얹는다면, 어떻게든지 음악도 밝아질 수 밖에 없겠는데
아니 이게 뭐지?
결국 디트로이트 음악은 이 블로그의 정체성(?)과 같이, 무감정하고 냉혹했다.
만약 여러분들이 기존 EDM의 "Intro - Verse - Build - Drop" 구조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바로 테크노 음악을 처방받을 시점이다.
왜냐하면 텐션이 바로 심박수 0을 찍어버릴 테니까.
운명하셨습니다.
신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곡에 긴장감이나 하이라이트나 뭐.. 강약 조절? 그런게 부족하단 것이다.
그런데 이런 '디트로이트 느낌(Detroit Sound)'은 비단 이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냥 당시 디트로이트에서 나오던 대부분의 음악들이 저랬었다(고 한다).
혹자는 이를 자동차 산업의 수혜자였던 부모 세대에 비해,
이제는 기꼐와 로봇에게 일자리와 영혼을 빼앗긴 청년들의 냉혹한 세계관 때문에
음악마저 그 온기와 감정을 잃어버렸다고들 한다.
어둠의 듀얼을 한 것 도 아닐텐데, 얼마나 냉혹했으면 저런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얘들도 결국 드러머 대신 드럼 시퀀서를 쓰고
뮤지션을 고용하는 대신 신시사이저와 시퀀서를 사용했다는 건 좀 아이러니한데?
뭐... 냉혹한 디트로이트의 세계에선 그럴 수도 있지.
[The First Wave]
새로운 스타일을 유행시키는 데에는 많은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있었겠지만,
역시 Belleville Three를 제외하고는 이 장르를 논할 수 없겠다.
디트로이트의 외곽 도시였던 Belleville의 한 고교 동창 출신.
Juan Atkins, Kevin Saunderson, Derrick May는 오늘 날 각기 다른 별명으로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리드했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엥? Derrick May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구여?
여기를 참고하자.
바로 시카고 하우스의 대부, Frankie Knuckles에게 TR-909를 소개해준 장본인이다.
아무튼 이 중, Juan Atkins는 대학 동기와 듀오로 Cybotron이란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1984년 『Techno City』 라는 곡을 발표하게 된다.
이 곡의 제목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인
"제 3 물결"에 등장하는 Techno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래는 냉혹하니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곡에 인간적인 온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당시 다른 도시에서 등장했던 뉴욕 개러지 하우스나 시카고 하우스보다는 그렇다.
아무튼 이렇게 색다르고 100% 기계로 만들어진(?) 신박한 디트로이트산 음악들은 곧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유럽과 남미에 이어서 아시아 등지의 전 세계로 대유행을 치며
이른바 우리가 잘 아는 "테크노 임팩트(Techno Impact)"을 세계에 안겨주며
음악 세계에 엄청난 충격과 새로운 열풍을 불고오지는 않았다.
흠.
이때까지만 해도,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그냥 디트로이트 클럽에서 나오는 지역적인 스타일이었을 뿐이었다.
마치 홍대와 서면과 동성로의 클럽 느낌이 조금씩 다르듯이 말이다.
아닌가? 얘들도 생각해보면 거기서 거기인 느낌인건가?
그러나 이 장르는 머지않아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옆의 섬나라 영국에서 심상치 않은 문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던 것이었다..!
[The Second Wave]
UK Rave Scene에 대해서는 이 게시글(아직 작성 안됨)을 참고하도록 하자.
80년대 초중반에 영국에서 EDM 파티가 유행했따.
대충 농장이나 건물 하나 불법 점거해서 하루 종일 수백 수천명씩 모여서
술 마시고 마약 빨고 세k스하고 춤췄따.
경찰이 단속했지만 그딴 거 모르고 계속 비벼댔따.
이러한 파티를 레이브(Rave) 파티라 하고, 이 파티에 꼬박꼬박 출석 체크하는 죽순이들을 Raver라 불렀다.
우리나라 언어로는 "광란의 파티"가 되시겠다.
(Raver에 대한 마땅한 번역은 없어서? 그냥 죽순이들이라 하겠다)
아무튼 이 죽순이들은 당시의 온갖 유행하던 곡들을 밤새도록 재생했는데,
보통 그 당시 유행했던 Hi-NRG, 디스코, 하우스 등이 주류였다고 한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사실 이 시기에 장르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긴 했다)
그러던 1987년 즈음, Acid House라는 시카고발 신문물이 영국 본토에 상륙한다.
이 장르가 대히트를 쳐서 온갖 장르들이 등장했으나, 마약만큼이나 내성이 생긴 것일까.
사람들은 점점 새롭고 자극적인 음악을 찾기 시작한다.
그래서 DJ들은 발품을 팔아 이곳저곳을 누비며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콜럼버스마냥 새로운 장르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디트로이트의 참신한 음악을 발견했다.
아니 이 음악은 무엇이지??
그렇게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새로운 장르를 끝없이 갈망하는 죽순이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에 19988년 Derrick May는 영국의 음반사 Kool Kat Records를 통해 영국에 음반을 발매하려 햇었다.
이 음반은 The Belleville Three를 비롯한 당시 디트로이트의 유명 프로듀서들의 대표작들이 한 곳에 모인,
말 그대로 디트로이트 음악의 정수가 응축된 중요한 기념비적인 앨범이 될 것임에 분명했다.
그들의 특출나고 개성있는 냉혹한 음악은 하나의 장르가 될 것이었고,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지를 휩쓸 새로운 장르가 될 것이 분명했는데 제목이
「The House Sound of Detroit」
「K-Pop, 중국 음악의 한국화」 라는 제목을 본 한국인의 마음과 비슷할 것 같다.
만약 이걸 보고도 "그럴 수 있지" 따위라고 생각한다면 제발 길가다가 벽돌 맞고 병원에 실려갔으면 좋겠다.
치료받는 김에 뇌도 좀 고쳐서 나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니다 그래도 안될 것 같으니 그냥 골방에 짱박혀있다가 세상 떠나길 바란다.
아무튼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Juan Atkins가 자신의 옛날 곡, Techno City를 추가하며 딜을 시도한 결과,
(+ The Belleville Three와의 협의 끝에)
이 앨범의 타이틀은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Techno! The new dance sound of Detroit」
그렇게 Techno라는 이름이 정식 장르로 등재된 것이다!
이제 드디어 이 음악을 "디트로이트 테크노"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와 잘됐다!
[장르의 영향]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초기에 하우스, 디스코 등과 디트로이트 음악 특유의 전자음이 융합되어 탄생하였다.
이들은 영국의 Rave Scene과 맞물려
UK Techno, Hardcore등의 하위 장르를 발생시켰으며,
Dub Techno, Tech House, Tech Trance 등의 여러 하위 장르들을 탄생시켰다.
그냥 앞뒤에 "Tech / Techno"라는 단어가 붙었다면, 테크노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그러나 테크노는 정작 자신을 대표할 만한 임팩트 있는 페스티벌이 없었다.
그러던 2000년대, 디트로이트에서 최초의 테크노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후 이 퍼포먼스는 다양한 장르의 EDM과 DJ들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퍼포먼스(?)로 발전하였다.
이를 두고 "Detroit;s Movement Festival"이라고도 한단다.
그렇다면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하휘 장르에 밀려,
구 세대의 유물(Legacy)이 되어버린 것일까?
다시 이 글의 제일 처음 부분을 가져와보자.
"만든 놈이 디트로이트 출신인가?"
그런 의미로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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